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5월 20일 - 사라스폰다의 인기

늙은어린왕자 2011. 5. 22. 16:53

 

5월 20일 금요일 비 조금
사라스폰다의 인기

 

  음악 시간에 유럽 지역 네 나라의 동요를 공부했다. 독일의 ‘오리’, 네덜란드의 ‘사라스폰다’, 프랑스의 ‘아비뇽 다리 위에서’, 헝가리의 ‘촛불놀이’가 그것이다. 각 나라에 관한 공부는 뒤로 미루고 오늘은 우선 이들 노래를 불러 보았는데 모두 경쾌하고 따라 부르기 쉬웠다.
  네 곡 가운데 ‘사라스폰다’는 최고 인기곡이었다. 다른 노래와 달리 이 노래를 부를 때는 모두들 목청을 돋우며 교실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큰 소리로 불렀다. 노래하는 표정도 하나같이 싱글벙글하였다. 비밀은 가사에 있었다.

 

  사라스폰다 사라스폰다 사라스폰다 렛셋셋
  아도라이-오 아도라이 봄-다이-오
  아도라이-봄-다이 렛셋셋 파사이 파사이-오

 

  이 노래는 ‘세라(사라)’라는 아이가 예쁜 인형 옷을 짓는다는 내용인데 네덜란드 발음으로 부를 때 묘한 가사가 나온다. 아이들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 가사만 나오면 손가락으로 옆에 있는 친구나 나를 가리키며 키득거렸다. 물론 내 손가락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다시 부를 때마다 이 부분에서 교실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세라 인형 옷을 짓네 옷을 짓네 윙윙윙
  예쁜 옷을 만들고 있어요
  사랑을 담아 윙윙윙 아름다운 옷

 

  우리말로 번역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노래인가. 그런데 네덜란드 발음으로 할 때 생기는 그 묘한 가사 때문에 교실을 웃음도가니로 몰아넣는 노래가 되어버린 것이다. 
  “얘들아, 이 노래는 딸아이가 바느질을 잘 하도록 엄마가 물레 소리를 흉내 내어 부르는 노래래.”
  “근데 바느질 하는 딸보고 ‘도라이’라고 하면 어떡해요?”
  뜨거워진 분위기를 가라앉혀보려고 노래 내용을 설명해봤지만 핵심을 찌르는 수민이 말에 아이들은 다시 배꼽을 잡고 넘어졌다.
  그렇다고 이 노래가 단순히 묘한 가사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건 아닌 것 같다. 몇 번을 다시 들어봐도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다. 손이나 어깨춤이 절로 날 것 같은 분위기를 가진 노래여서 밝고 빠른 것을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 잘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멀리 유럽에서 날아온 노래 한 곡이 우리 모두를 즐겁게 했다. 열 가지, 백 가지 설명 보다 이런 노래 한 곡이 아이들에게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나라의 동요는 여러 학년에 나뉘어 있는데 3학년에선 아시아, 5학년은 아메리카, 6학년은 아프리카로 짜여 있다. 음악으로 다른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참 좋은 것 같다.

 

사라스폰다 노래.mp3

 

 

 

 

 

잘라낸파일_사라스폰다.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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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스폰다 노래.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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