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토요일 구름
학예회
2학기의 가장 큰 행사인 학예회가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강당에서 열린 전체 학예회가 끝나고 11시 10분부터 부모님들과 친지들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어머니들이 많이 오셨고 몇몇 아버지들과 할머니들도 오셨다. 이경이 할머니는 다리 때문에 못 오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오셔서 반가웠다. 나중에 보니 경록이 할머니도 오셨다.
아이들은 살짝 긴장하거나 부끄러워하면서도 공연을 순조롭게 해나갔다. 옆에서 도와주는 나도 순서를 잘못 알거나 더러 빼먹는 실수를 했지만 꿋꿋하게 진행을 도왔다. 부모님과 친지들은 우리가 보이는 작은 실수들까지 재미있게 보시며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보셨다.
좋은 분위기를 흩뜨린 것은 역시 시간이었다.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자 아이들이 지루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다른 반, 다른 학년 아이들은 벌써 끝내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특히 그림책 읽기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자 반응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내가 마이크를 들고 아이들에게 주의도 주고 부모님들께 양해도 구했지만 흐트러진 분위기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학예회는 두 시간이나 잡아먹고 끝났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긴 학급학예회이자 내가 여태껏 다른 학교에서 했던 것들과 비교해도 가장 오래 한 학예회였다. 마지막에 남학생들이 한 ‘감수성’이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웃기지 않았으면 뭔가가 폭발(?)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루한 시간이었을 텐데도 참석하신 부모님들과 친지 분들이 끝까지 자리에 앉아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봐 주셔서 고맙고 또 고마웠다. 아이들도 평소와 달리 끈기 있고 참을성 있게 행동하고 프로그램을 잘 진행해 주어서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나만 욕심 부리지 않았으면 모든 것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학예회를 마치고 (김)현민이 집에서 보내온 떡과 수지 부모님이 가져오신 콜팝이 그나마 아이들에게 위안이 되었다. 맛난 음식 보내주신 두 부모님들께 지면으로 대신 감사 말씀 드립니다.
'삶을가꾸는글쓰기 > 2011 교실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21일 - 김해의 느낌 (0) | 2011.11.26 |
---|---|
11월 21일 - 금지곡(?) 부르기 (0) | 2011.11.26 |
11월 18일 - 학예회 준비와 걱정 (0) | 2011.11.26 |
11월 17일 - 엘리베이터 설치해주실래요? (0) | 2011.11.26 |
11월 16일 - 분수의 달인 (0) | 2011.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