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수요일 맑고 쌀쌀함
오징어 놀이
“오늘도 오징어놀이 해요?”
“오늘은 남학생들도 같이 할 거죠?”
틈만 나면 축구만 고집하던 남학생들이 어쩐 일인지 오늘은 오징어 놀이를 하자고 졸랐다. 어제 여학생들이 하던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오늘은 같이 해보려던 참이었다.
아이들은 장갑을 하나씩 들고 운동장에 모였다. 어제 여학생들끼리 놀이할 때 손톱에 긁힌 아이가 많아서 오늘은 장갑을 끼지 않으면 참여하지 못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장갑을 안 가져온 아이들은 교실에 있던 목장갑을 주거나 손톱깎이로 손톱을 정리해주었다.
한 곳에서 스물일곱 명이 모두 놀기에는 인원수가 너무 많아서 남자, 여자가 따로 할 수 있도록 놀이판을 두 곳에 그렸다. 여학생들은 바로 놀이를 시작하고 남학생들에게는 규칙을 잠깐 알려준 뒤 시작하도록 했다.
어제 한 번 해본 덕분에 여학생들은 놀이를 자연스럽게 해나갔다. 장갑을 껴서 그런지 상처 시비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남학생들은 오늘 처음 하는데도 여러 번 해본 것처럼 잘 했다. 시시하다며 축구하자는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오징어 놀이는 체육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예전부터 해오던 전래놀이 가운데 하나다. 마침 체육 시간에 투호, 굴렁쇠 굴리기, 진놀이 같은 민속놀이를 배울 차례여서 맛보기로 정해본 놀이다.
어른들이 어릴 때 즐겨 하던 놀이를 전자 게임에 물든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조금 걱정은 되었다. 그러나 몸으로 한다는 점만 다를 뿐 전자 게임 못지않게 짜임새 있고 재미있는 놀이여서 해볼만하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놀이에 몰입하는 걸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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