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목요일 맑고 쌀쌀함
마지막(?) 겪은 일 쓰기
기말고사도 끝나고 방학이 눈앞에 다가와서일까? <겪은 일 쓰기> 공책을 아무리 살펴봐도 장면이 또렷하거나 생각이 잘 들어간 글이 많지 않다. 이번 주 뿐만 아니라 지난주와 그 앞주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흐트러진 탓이겠지.
아이들에게는 이번 주가 마지막 글쓰기라고 말은 했는데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다음 주나 2월에 따로 시간을 내어 진지하게 한 번 더 써야겠다. 문집을 엮으려면 괜찮은 글이 한 사람당 최소 네 편은 필요할 테니 말이다.
글 가뭄 속에서도 버리기 아까운 글을 몇 편 골랐다. 우유 당번을 맡으면서 했던 생각을 조리 있게 쓴 은준이의 <우유>, 오징어 놀이 방법을 알기 쉽게 쓴 채미의 <오징어 게임>, 학예회와 기말고사에 관한 생각을 쓴 희지의 <학원>, 햄스터가 죽은 이야기를 쓴 성정이의 <마지막 햄스터>, 시험 선물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쓴 현정이의 <시험 선물>, 엄마랑 아기놀이 했던 경험을 쓴 미경이의 <아기놀이>, 코코아를 가로챈 오빠와 티격태격 했던 이야기를 담은 수지의 <내 코코아 어디 갔지?> 이렇게 일곱 편이다.
우유
난 청소당번이 우유다. 저번에 청소당번을 정할 때 우유당번이 돼서 너무 기뻤다.
우유 당번의 좋은 점은 우유만 가져가서 놔두고 오면 청소가 끝난 것이라서 너무 쉽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우유가 없으니 청소당번을 쉴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내가 청소당번을 할 때마다 우유당번을 한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5학년이 되어서도 또 우유당번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유당번에도 단점이 있다. 바로 급식을 할 때마다 부지런하게 우유를 걷어 와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유당번이 쉬운 청소당번이라고 생각한다. (12월 7일, 임은준)
오징어 게임
어제 3교시 체육 시간에 ‘오징어’라는 게임을 하였다. 나는 포항에 살 때 많이 해봐서 오징어 게임을 잘 알았다.
나는 엄청 오랜만에 해봐서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몰랐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많이 했던 생각이 났다.
우리 반 아이들하고 하는 것도 처음이라서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게임 방법은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오징어 게임에는 사각형과 원이 가려져 있고, 그 사이에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자기의 기지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한 발로만 다녀야 한다. 원 안에 있는 사람은 강을 통과하면 두 발로 다닐 수 있는데 사각형 안에 있는 사람은 건너는 사람을 밀거나 당겨서 넘어뜨린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은 화살표를 통과해서 다시 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때도 사각형 안에 있는 사람이 넘어뜨리거나 사각형 밖으로 나가게 한다. 3~4명이 통과하면 이기는 것이다.
하고 나니 힘들기는 하지만 재미있었다. (12월 14일, 손채미)
학원
어제 4시 30분에 학원에 갔더니 구산초등학교는 그제 시험을 쳤다고 하였다. 우리는 아직도 시험을 안 쳤는데 나는 구산초등학교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런데 원래는 우리가 12월 1일에 시험을 치는데 학예회 때문에 12월 8일로 늦추어졌다. 나는 11월 말에 기말고사를 치고 12월 달에 학예회를 했으면 했는데 내 생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만약에 11월 말에 기말고사 시험을 쳤으면 지금 이렇게 힘들게 공부 안 하고 열심히 학예회 준비를 할 텐데…‥.
하지만 이건 지나간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학원에서 공부를 마저 하고 입으로 갔다. 어제는 참 힘든 하루였다. (12월 7일, 장희지)
마지막 햄스터
오늘 아침에 햄스터한테 밥 주려고 끝 방으로 왔는데 햄스터가 움직이지 않았다. 원래는 밥 주면 동그란 눈에 불을 켜고 왔는데 오지도 않고 숨도 쉬지 않았다.
나는 겨울잠을 자는지 알고 그냥 뒀는데 혹시나 몰라서 밥 주는 숟가락으로 찔러봐도 움직이지 않아서 햄스터 몸 자체를 뒤집었더니 입 벌리고 그대로 죽어있었다. 마지막 햄스터여서 정성을 다 해서 돌봤는데…‥.
원래는 내가 햄스터 네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밥을 안 줘서 죽었고, 한 마리는 수컷 하고 싸우다가 죽었다. 또 한 마리는 수컷이랑 싸운 뒷날에 죽었고 또 며칠 만에 오늘 죽었다.
맨날 내가 키운다고 하면 전부 죽었다. 너무 슬퍼서 다시는 햄스터나 다른 동물을 키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구지봉에 와서 마지막 햄스터를 묻어주고 합창단도 못 가고 그냥 학교로 왔다. (12월 7일, 최성정)
시험 선물
엄마가 시험 치기 전에 시험 잘 치면 선물 사 준다고 했다. 엄마는 나한테 스마트폰 아니면 PMP, 노트북을 사준다고 했다.
나는 시험을 열심히 치고 점수를 보니 꽤 잘 쳤다. 그래서 나는 엄마한테
“엄마, 시험 잘 쳤으니까 선물 사줘.”
라고 했다. 그러더니 엄마가
“무슨 선물 사?”
라고 했다. 나는
“엄마가 시험 잘 치면 스마트폰, PMP, 노트북 중 사준다고 했잖아.”
라고 했다.
엄마는 기억을 전혀 못 하는 것 같았다. 진짜 기억이 안 나는 건지 사 주기 싫은 건지 모르겠다.
밤이 되니 아빠가 와서 시험 점수를 물었다. 난 시험 점수를 줄줄이 말하였다. 아빠가
“시험 잘 쳤네. 니가 갖고 싶다는 거 크리스마스이브 때 사줄게.”
라고 했다. 나는 기분이 엄청 좋았다. 엄마는
“안 사줘도 괜찮다.”
라고 하고 아빠는
“그래도 잘 쳤으니 사 줘야지.”
라고 한다. 나는 아빠 의견에 찬성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잘 쳤는데 크리스마스 때 꼭 사주면 좋겠다. 그리고 또 시험을 잘 쳐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12월 14일, 양현정)
아기 놀이
오늘 아침에 아기놀이를 했다. 욕실에서 엄마한테 “아, 졸려.”라고 했는데 엄마가 오셔서 내 목에 수건을 두르셨다. 그리고 얼굴을 뿌드득 씻겨주셨다. 나는 아기처럼 “뿌뿌뿌”라고 말하며 놀았다.
근데 엄마가 나가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이이”라고 했더니 엄마가 “이도 닦아줘야 해?”라고 했다. 내가 “응.”하면서 울상을 지었다. 엄마는 “알았다. 알았어.”하며 이를 닦아주셨다.
나는 엄마와 이를 닦는 방법이 달라서 엄마가 이를 닦아 주실 때는 묘한 기분이 든다. 엄마가 다 닦아주시고는 “끝났다. 우리 아기.”라고 하면서 웃었다. 오늘의 아기놀이는 대성공이었다. 어릴 때로 돌아간 느낌이어서 좋았다. 내일도 하고 싶다. (11월 30일, 손미경)
내 코코아 어디 갔지?
어제 밤에 코코아를 먹고 싶어서 코코아를 끓였다. 코코아가 다 되었는데 엄마가 불러서 가봤다. 그런데 내가 돌아오니 코코아가 없었다. 나는
“엄마, 코코아가 없어졌어.”
했다.
“엄마가 어떻게 아니? 청소하고 있는데.”
나는 오빠를 보고 말했다.
“누가 내 코코아 훔쳐 먹었어? 오빠가 먹었어?”
“응. 앞에 맛있는 코코아가 있는데 그냥 지나가면 섶하지.”
나는 짜증이 났다. 아빠가 남매 사이에 금났다고 말하셨다.
“아빠가 사 놓은 양갱이 내가 다 먹으면 좋겠어? 응?”
나는 오빠한테 따졌다.
“건택아. 너 인제부터 수지 거 먹지 마. 알았니?” “알겠어요.”
나는 속이 시원했다. 나는 코코아가 없어지면 아빠를 불러야겠다. (11월 30일, 김수지)
'삶을가꾸는글쓰기 > 2011 교실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 19일 - 글쓰기 잔소리 (0) | 2011.12.30 |
---|---|
12월 16일 - 자기 꾀에 넘어간 지상이 (0) | 2011.12.30 |
12,월 14일 - 오징어 놀이 (0) | 2011.12.30 |
12월 13일 - 희망시간표 짜기 (0) | 2011.12.30 |
12월 12일 - 희망시간표 준비 (0) | 2011.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