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월요일 맑고 차가운 날
글쓰기 잔소리
둘째 시간에 글쓰기 문제로 아이들에게 쓴 소리를 좀 했다. 지난 3주 동안 쓴 81편의 글 중에서 성의 있게 쓴 글이 고작 7편정도 밖에 안 된다, 비율로 따지면 10퍼센트도 안 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올 해 글쓰기 공부를 지난주에 마감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되겠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오늘 한 번 더 써보자고 했다.
글쓰기에 앞서 지난주에 현정이가 쓴 <시험선물>이란 글을 TV로 띄워놓고 읽어주었다. 시험선물 때문에 집에서 있었던 일을 깔끔하면서도 자세하게 잘 썼다는 평도 덧붙였다. 그러고 나서 겪었던 일을 잘 쓰는 게 모든 글쓰기의 기초가 된다는 둥, 쓰고 싶은 장면을 떠올리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떠올리면 현정이처럼 쓰는 건 어렵지 않다는 둥 잔소리를 좀 더 늘어놓았다. 아이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공책을 받고 TV에 띄워놓은 글감목록을 보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탓인지 내 마음은 후련해졌다. 그러나 아이들이 뭔가에 짓눌린 듯 말없이 글 쓰는 걸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20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글 한편을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글감 고르고, 장면 떠올리고, 글로 옮기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1주일에 한 번씩, 1년 가까이 끈기 있게 해왔다. 이 만큼 한 것도 대단한 일인데 최근에 몇 번 소홀했다고 잔소리를 했으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글쓰기를 중단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쓰도록 두었다. 대신 오늘은 시간을 넉넉하게 주어서 편하게 쓰도록 하고, 글쓰기가 끝난 뒤에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는 절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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