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선생님
지구에서 만난 귀신
◾ 첫 번째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해주세요!"
중간고사 시험 끝나고 한 시간 남은 자투리 수업시간, 꼬물이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이럴 때 녀석들 요구를 외면하고 공부하자고 하면 두고두고 원망 살 게 뻔하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잠깐 생각하고 있으니 눈치 빠른 녀석들이 후다닥 교실 전등을 끈다. 또 창가에 앉은 아이들은 재빨리 블라인드를 내리며 분위기를 만든다. 내가 적극 반대하지 않으니 감을 잡은 거다.
"좋다. 이야기 하나 하지. 근데 예전에 내가 무슨 이야기 했더라?"
했던 이야기를 또 할 수는 없지. 그런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 상태가 이렇다.
"저수지 처녀귀신 이야기요."
"선생님 큰아버지 내 다리 내놔라 귀신요."
"애장터 아기귀신 이야기요."
"엘리베이터 술 취한 귀신이야기요."
그렇구나! 역시 이야기를 좋아하는 꼬물이들 머리는 살아있다. 몇 가지 빠진 이야기도 있는데 스토리가 길어서 한두 시간으로는 어려운 것들이다. 생각 끝에 결단을 내린다.
"좋아. 그럼 내가 지구에 왔을 때 처음 만난 귀신 이야기 할게."
"지구에서 귀신도 만났어요?"
"그럼. 내가 살던 별에는 귀신이 없었는데 지구에 오니까 무서운 귀신이 있더라구."
"선생님별에는 진짜 귀신 없어요?"
꼬물이들 눈빛이 자못 진지하다.
"귀신은 영혼이 눈에 보이는 거잖아? 우리별에도 영혼이 있어. 눈에도 보여. 근데 우리 별 영혼은 모두 천사처럼 예쁜 모습이야. 그래서 우리 별 사람들은 귀신을 기다려. 천사를 기다리는 거지.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너무 가끔 나타나서 아쉽지."
"지구 귀신은 무서워요."
"맞아. 피도 흘리고 해골 모습으로 나타나서 무시무시하더라구."
이 쯤 되니 분위기가 확 잡힌다. 나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럼 지금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게. 내가 지구에 막 도착했을 때 어떤 할아버지랑 내기를 했잖아."
"맞아요. 선생님이 이겼잖아요."
"그래. 그 할아버지랑 헤어지고 길을 가는데 그만 날이 저물어버렸어. 캄캄한 밤이 됐는데 잠잘 곳이 있어야지.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그 할아버지 동네에서 자고 오는 건데 말야. 할 수 없이 밤길을 걸어갔지. 마을이 나오면 자고 가려고 말야. 근데 아무리 걸어가도 마을이 안 보여. 숲 속에서는 캐캥 캐캥 하며 이상한 동물 울음소리도 막 들리는 거야. 그래도 나는 무섭지 않았어. 왜냐하면 나는 그 때까지는 귀신을 몰랐으니까. 그런데 이슬도 내리고 길도 잘 안 보이니까 위험하잖아. 그래서 어디든지 들어가고 싶었지."
캄캄한 밤, 산길, 동물 울음소리‥…. 꼬물이들은 어디선가 들음직한 스토리가 나오자 자리를 바짝 당겨 앉는다. 몇몇은 앞자리로 와서 친구들 의자에 비집고 들어가서 앉기도 한다. 공부시간에도 이렇게 집중하고 들으면 한 해가 수월할 텐데‥….
"얼마쯤 걸었을까? 저 숲 너머로 집이 몇 채 보였어. 마을로 들어서자 집들이 점점 많이 보여. 자세히 보니까 제법 큰 마을이야. 잘 됐다 싶어서 어떤 집 대문 앞에 섰는데 대문이 꽉 잠겨있네? 이 집도 그렇고 저 집도 그렇고 모두 대문이 잠겨 있는 거야. 게다가 골목에는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여. 아무 집에도 사람 목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이상해. 아직 한밤중도 아닌데, 요즘 시계로 치면 밤 여덟 시나 아홉 시 밖에 안 되는데 말야. 이 골목 저 골목을 다 둘러봐도 똑같아. 걷다 보니 마을 끝까지 왔어. 근데 거기 가니까 무슨 사람 소리가 살짝 들려. 여자 목소리 같기도 하고 말야. 그래서 담장을 따라 조금 더 가 봤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니 ‘흐흐흑 흐흐흑’ 어떤 여자가 집 안에서 슬피 울고 있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봐."
"조금 있으니까 저 쪽 골목에서 남자 둘이 그 집으로 들어가더니 사람 시체를 한 구 짊어지고 나오네? 그리고 애기를 등에 업은 젊은 아주머니가 울면서 뒤따라 나와. 아까 슬피 울던 여자인가 봐. 곧 남자들과 아주머니가 모두 어두컴컴한 골목으로 사라졌어. 시체를 묻으러 갔겠지? 이 때 맞은편 집 대문이 슬며시 열리더니 할아버지가 고개를 내밀고는 불쌍하다는 듯 쯧쯧 혀를 차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지. 노인 말로는 이 집에 사람이 들어가기만 하면 꼭 한 사람씩 죽어서 나온대. 저 사람들도 갈 데 없다며 들어갔다가 또 저렇게 됐다나? 왜 사람이 죽는지는 자기도 모르겠대. 그리고는 대문을 닫아버렸어."
꼬물이들은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었다. 침을 꼴딱 삼키기도 하고 무섭다며 친구 어깨를 감싸기도 했다. 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나는 참 궁금했어. 도대체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마침 갈 데도 없고 해서 나는 그 집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어. 부서진 대문을 옆으로 젖히고 들어가니까 마당이 완전 풀밭이야. 사람이 오랫동안 안 살았나봐. 지붕도 무너져있고 벽도 여기저기 떨어져있어. 방 안에 들어가서 촛불을 켜놓고 보니까 방바닥도 움푹 꺼져 있고 지붕 무너진 데는 하늘도 보여. 그나마 한 귀퉁이에 평평한 바닥이 있어서 그럭저럭 누울 만 해. 살짝 눈 감고 안드로메다에 두고 온 식구들도 생각하고 지구에 와서 겪었던 일도 생각하면서 우리 안드로메다 노래를 불렀지."
"안드로메다 노래는 어떻게 해요?"
"아하! 그걸 모르는구나. 우리는 '푸쉬쉬 쉬푸푹키 푸쉬푹~' 이렇게 불러."
내가 볼을 실룩실룩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들려주자 아이들이 웃었다.
"지구에도 이런 비슷한 게 있지 않나? 랩인가?"
"비트박스요."
"맞아, 진우가 비트박스를 좀 하던데?"
진우는 요즘 연습하고 있다면서 비트박스 한 구절을 어설프게 흉내 내다가 그만두었다.
"하여튼 노래를 하다 보니까 눈이 스르르 감겨. 그리고 조금 잠이 들려고 하는데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덜커덩 덜커덩' 문 흔들리는 소리가 나는 거야. 바람도 없는데 말야." (2014. 10. 24)
◾ 두 번째 이야기
4교시 시작 무렵 빨간색 꽃무늬 색종이 한 장이 내 책상위로 날아왔다. 색종이 안에는 세 명이 쓴 편지글이 들어있었다.
쌤 우리 이벤트 하구 공부 안 하면 안 돼여? 저 오늘 학원 마~니 가는데(민채)
선생님 오늘 공부하지 말고 특별이벤트로 무서운 이야기 해요.(준민)
쌤 우리 오늘 공부 안 하고 이벤트 하면서 놀면 안 돼여?(본희)
'공부', '이벤트' 이렇게 같은 낱말이 들어있는 걸로 봐서 세 명이 작전을 야무지게 짠 듯 했다.
‘요 녀석들 봐라. 학예회 마지막 날이라고 공부시간을 날로 먹으려고?’
나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얘들아, 방금 편지가 왔는데 읽어볼까?"
"네에!"
목소리가 우렁차다. 꼬물이들은 역시 책 펴라는 소리 빼곤 다 좋아한다.
"잘 들어봐. 첫 번째 편지는 '쌤 우리 이벤트 안 하구 공부하면 안 돼여? 저 오늘 학원 안 가는데' 이렇게 썼고..."
"아니잖아요!"
"왜 거꾸로 읽어욧!"
꼬물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아냐. 진짜 이렇게 쓰여 있어. 다음 편지도 그래. '선생님 오늘 공부 열심히 하고 특별이벤트로 무서운 이야기는 하지 마요' 세 번째도 마찬가지야. '쌤 우리 오늘 공부 하고 이벤트 하지 마요' 이래."
"에이, 아니네."
"그렇게 안 쓴 거 다 봤어요."
확인하기 좋아하는 몇몇 개구쟁이들이 어느 새 내 뒤로 와서 편지를 훔쳐보았다. 김샜다.
"좋아. 오늘은 학예회 끝나는 날이니까 지난번에 하던 얘기 마저 하자."
꼬물이들이 환호했다. 나는 칠판에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마을을 그렸다.
"음‥…. 어디까지 했더라? 집 안에서 시체가 나오고 여자가 울었다고 했잖아?“
"그건 했어요.“
"그렇구나. 그래도 들어봐. 나는 그거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우리 안드로메다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절대 눈물을 안 흘리거든."
"죽으면 천사가 된다고 했잖아요."
"그래. 사람이 죽어도 천사가 돼서 가끔 나타난단 말야. 사람들이 천사를 얼마나 기다린다구. 천사를 보는 게 행운이니까."
"그럼 누가 사람을 막 죽이면 어떡해요?"
"아냐, 그래도 하나 뿐인 생명인데. 사람 죽이면 징역 400년이야."
"우와~ 죽이면 안 되겠다."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 하며 누워있는데 촛불이 흔들흔들 하더니 누가 열려는 듯 방문이 덜거덕 덜거덕 해. 이게 뭐야 하면서 일어나 보니까 아무 일이 없는 거야.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시 누웠어. 근데 조금 있으니까 뚜르르 뚜르르르 돌덩이 굴러가는 소리가 나네? 도대체 뭔 일이야 하면서 일어나 보니까 글쎄 방구들이 조금 무너져 있어. 발로 쿵쿵거리며 굴리지도 않았는데 말야."
"근데 방구들이 뭐에요?"
꼬물이들은 궁금한 것도 많다. 나는 잠깐 이야기를 멈추고 온돌이며 시골집 방 구조를 설명했다.
"방구들을 가만히 지켜봤더니 더는 무너지지 않고 또 아무 일이 없어. 하는 수 있나. 다시 누웠지. 이제 잠이 들려고 해. 눈꺼풀이 아래로 스르르 내려 와. 잠 좀 자겠거니 생각하는데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호롱불이 휙 꺼져. 방문이 덜거덕거리고 돌덩이 무너지는 소리가 이어서 나. 그리고는 저쪽 방과 이 방 사이에 있던 흙벽이 우두두둑 무너지는 거야. 어두워서 눈으로는 안 보였지만 흙먼지가 코로 확 밀려들어왔어. 무슨 일이 일어날 건가봐. 잠깐 뜸을 들이고는 쿵~ 쿵~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무너진 흙벽 속에서 시커먼 괴물 같은 게 나타났어. 나는 자는 척 하며 실눈을 뜨고 봤지. 근데 그 괴물이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네. 세상에나! 가까이 왔을 때 보니까 그게 사람 모습을 하고 있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달빛, 별빛이 있어서 뭐든지 눈에 보이거든. 저번에 봉하마을에 별 보러 갔던 사람은 알잖아. 훤히 다 보였지?"
"맞아요. 잘 보였어요."
"놀이도 했잖아요."
"그래. 근데 그 괴물이 내 발밑에 우뚝 섰어. 나는 실눈을 더욱 작게 하고 이렇게 봤어."
내가 실눈 뜨고 보는 시늉을 하자 몇몇 꼬물이들은 긴장되는 듯 두 손을 모았다.
"괴물은 머리에 흙덩이가 덕지덕지 붙었고, 눈알만 있었지 얼굴이고 뭐고 살점이 거의 없어. 머리뼈에 붙은 턱이 덜렁덜렁 하고 팔뼈도 어깨에 겨우 매달려서 흔들흔들 하네. 가슴하고 배에도 썩은 살점 사이로 갈비뼈가 우뚝우뚝 튀어나와 있어. 한 마디로 송장이야. 썩은 시체란 말야. 너무너무 흉측해. 이 모습을 직접 보면 모두 기절하거나 심장마비로 죽을 걸? 어제 죽은 사람도 이걸 보고 죽었나봐."
몇몇 꼬물이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비명을 질렀다.
"근데 이놈이 허리를 슬며시 굽히더니 나를 관찰해. 기분이 너무 나빴어. 썩은 냄새가 코를 찔러. 도저히 못 참겠는 거야. 그래서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지. '너 누구냐!' 송장이 깜짝 놀라면서 뒤로 물러섰어. 그러자 어깨에 매달려 있던 팔뼈 하나가 툭 떨어져. 여태까진 사람이 놀랐는데 이번에는 지가 놀란 거지. 그러더니 송장이 턱을 덜렁덜렁 흔들며 말을 하네? '나를 보고도 안 무서워? 여태까지 나를 본 사람들은 놀라서 모두 죽었는데‥….' 내가 대답했지. '난 지구 사람이 아니야. 무서운 걸 몰라.' 송장이 물어. ‘그럼 뭐야?’ 그래서 내가 오늘 안드로메다에서 온 일이며 지구에 와서 있었던 일도 얘기해주었지. 송장은 '내가 살 때는 외계인이 없었는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하며 신기해 해. 아무리 봐도 송장이 나를 해치러 온 것 같지는 않았어. 어쨌든 '긴 말 할 것 없고 빨리 할 말이나 해. 나 피곤해서 자야 해!' 이렇게 딱 잘라 말했지."
꼬물이들은 귀신한테 당당한 내 모습을 재미있어 했다.
"송장이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어. 자기는 사실 백오십 년 전에 살던 사람인데 못된 부자 영감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네? 그러면서 떨어지지도 않는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며 흐느끼는 거야."
이 때 호기심 많은 꼬물이들이 손을 들었다.
"근데 왜 서로 반말을 해요?"
"맞아요. 선생님은 이백 살 넘잖아요. 근데 송장은 백오십 살 밖에 안 됐잖아요. 오십 살이나 차이 나는데."
꼬물이들은 가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한다.
"음~ 그건 말야. 나이가 들면 나이가 없어져."
"나이가 없어진다는 게 뭐에요?"
"빵(0)살이 된다는 말이에요?"
꼬물이들이 이렇게 말해놓고 막 웃어댄다. 녀석들은 언제나 재미거리를 찾아 즐긴다.
"나이가 많아지면 내가 많니 니가 많니 안 따진다는 뜻이야. 너희들도 할아버지, 할머니 되면 그럴걸? 하여튼 내가 송장에게 물었어. '억울하게 죽어서 어떻게 됐는데?' 송장은 떨어진 팔뼈를 주워서 어깨에 끼워 넣더니 '그 때 죽은 내 시체가 여기 있어. 그 영감이 나를 여기에 묻어버렸어.' 하며 손으로 방바닥을 가리키는 거야. '그럼 그대로 누워있으면 되겠네. 왜 밤마다 나와서 난리야.' 이랬더니 송장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어. '뜨거워. 뜨거워도 너~무 뜨거워. 사람들이 춥다고 불 땔 때마다 뜨거워서 견딜 수 있어야지. 그래서 이야기하려고 나왔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송장이 죽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모양이야. 내가 물었어. '그럼 내가 뭘 도와줄까?' 그제야 송장은 휴우 한숨을 내쉬더니 '구들장 밑에 묻힌 내 시체를 파서 저 뒷산에 묻어주면 고맙겠어.' 이래. 나는 알겠다고 했지. 송장은 내가 자기 소원을 들어주면 자기도 내 소원을 한 가지 들어준다며 말하라는 거야. 나는 안드로메다에 있는 우리나라가 망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부터 지구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했지. 송장이 알겠다며 내일 자기 시체 묻어주고 오는 길에 마당을 보라고 해. 그렇게 말하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네.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에 마당에 나가보니 괭이랑 삽이 떡 놓여있어. 송장이 밤에 갖다 놓은 모양이야. 그걸로 구들장 아래를 파니까 정말 지난밤에 봤던 송장이 누워있어. 뼛조각 하나까지 모두 파내서 뒷산에 묻어주었지. 그러고는 마당에 들어오는데 아침에는 없던 쪽지가 한 장 놓여있네. 거기에 '밀양 땅 못골(저수지골)로 가라.' 이렇게 써놓았어."
"거기 선생님 어릴 때 살았던 마을 아니에요?"
"처녀귀신 나왔잖아요."
"애기 귀신이랑 술 취한 아저씨도 있었잖아요."
꼬물이들의 이 무서운 기억력이란! 이야기에 목매는 녀석들은 한 번 들려준 내용을 절대 까먹지 않는다.
"맞다. 바로 그 마을이다. 근데 쪽지에 글이 더 있어. '마을 어귀에서 두 번째 집에 가면 배가 불룩한 임산부가 있다. 그 임산부 뱃속에 들어가라.' 이렇게 써놓았지 뭐야."
"근데 어떻게 뱃속으로 들어가요?"
"그러게, 그게 문제지. 가만히 보니까 쪽지 아래에 방법도 써놓았어. 임산부가 잠들고 꿈꾸기를 기다렸다가 그 꿈속으로 들어가면 안드로메다에서 온 내 몸은 사라지고 영혼만 뱃속 아기에게 들어가게 된다고 말야."
외계인이었던 내가 지구인이 되는 비밀, 이것이 바로 '태몽'이 아닌가. 그걸 알 리 없는 꼬물이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글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1991년 보성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의 귀신> 103~112쪽 ‘유령의 비원’을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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