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4 교실일기

민재의 햄스터 이야기

늙은어린왕자 2015. 1. 30. 12:04

우리반 민재가 겪은일쓰기 시간에 쓴 글이다.

 

햄스터 / 김민재·진영금병초 2학년

 

나는 였택가지 햄스터가 섹기를 나을준 물랐다. 그것도 내 마리나. 엄마는 깜짝 놀랬다. 나는 몰랐다. 엄마가 햄스터가 섹기를 나앗다라고 의서 내가 더 놀랐다.

나는 관찰을 할려고 들어갈려고 읫다. 근대 멈첫다. 먼가 무서웟다. 딱 내 손가락 한 칸 만읫다. 신기읫다. 큰 햄스터가 됐스면 좋겟다. 그리고 만이 살았스면 조겠다.

귀협다. 그리고 애고장이다. 넷 다 삼십일에 다 큰다. 그겄도 어재 태어났다. 어재 태어났는지 엄아가 똘똘하고 귀협내 라고 읫다. 한 번 보면 개속 보고십고 나도 똘똘하고 귀협다고 읫다. 건강하게 태어나서 다힝이다.

이재 햄스터가 여덟 마리다. 엄마가 우리 집 햄스터 공장되겠네 라고 했다. (2014년 12월 3일)

 

어떤가? 갓 태어난 햄스터 새끼를 보고 이렇게 살아있는 감정을 토해낸 글 봤는가? 아마 어떤 '글쟁이'들은 이 글을 보면서 뭔가 정리해야 하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보자마자 '이거다!' 하면서 무릎을 쳤다. 글씨도 삐뚤빼뚤, 맞춤법도 들쭉날쭉, 할 말도 문단별로 정리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썼지만 글 속에 모습이나 느낌이 싱싱하게 살아있었으니까. 굳이 어른들이 쓰는 말로 ‘번역’하지 않아도 얼마나 또렷하게 뜻이 전해오는가. 게다가 민재라는 아이를 알기 때문에 이 글이 더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더우기 연필로 또박또박 써놓은 글을 직접 보면 한 눈에 반하지 않고는 못배긴다. 아마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나와 이야기 나누며 덧붙임)

 

이 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내는 <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2월 회보에 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