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 행복한 산책로를 걷는다.
학교를 마치고 대학교로 가면 대개 5시 30분. 저녁을 먹고 나면 6시 쯤 된다. 수업이 시작되는 7시까지 시간을 보내기에는 도서관을 기웃거리거나 행복한 산책로를 걷는 것이 제일이다.
금정산에 자리잡고 있는 부산대 캠퍼스는 경사가 제법 있는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내겐 좋은 점이다. 조금만 걸어도 운동이 되고 잠시 걸어가면 등산로를 만날 수 있어서이다.
법대를 지나쳐 남학생 기숙사 옆을 돌아가면 곧장 금정산 등산로가 나온다. 캠퍼스 안에 있을 때는 도심의 불빛과 소음이 배어 있지만 숲은 신기하게도 몇 발만 들어가도 그런 혼란에서 쉬이 벗어나게 해준다. 새 소리, 물 소리, 바람 소리들이 기다렸다는 듯 불청객을 반겨주곤 한다. 이 곳이 바로 내겐 '행복한 산책로'이다.
하루 또는 일주일의 번잡한 머리 속이 이 곳에서는 시원하게 뚫린다. 자연의 소리와 내 발자국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숲 속을 걷는 기쁨. 그 기쁨이 일상에 쫓기는 나를 잠시나마 구원한다.
산책로를 오르다보면 산성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건너게 되는데 차들이 제법 많다. 차도를 건너서 조금만 올라가면 등산객들의 쉼터가 있다. 그 곳이 내 산책로의 끝이다.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기도 하고, 내기 좋아하는 등산객들의 바둑 두는 모습도 감상하고, 때로는 아주머니들의 노래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한 번 왕복하는데 40분 정도가 걸리는 행복한 산책로. 자연이 나에게 선물한 작은 행복 공간. 그 곳에서 나는 잠시 행복한 탈출을 즐긴다. (2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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