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교육일기

아이들과 어떻게 눈맞출까?

늙은어린왕자 2005. 5. 24. 23:51

  다른 학교 6학년 여자 아이와 나눈 대화다. 다음주에 수학여행이 있어서 아이들 생활지도에 단서라도 찾을까 싶어서 의도적인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 : 수학여행 갔다왔니?

  여 : 네.

  나 : 재미있었니?

  여 : 그럭저럭...

  나 : 수학여행 가면 제일 재미있는게 뭐지?

  여 : 놀이공원에서 노는 것이요.

  나 : 이번에 어디 갔는데?

  여 : 대구 우방랜드요.

  나 : 양산 통도환타지아 보다 좋아?

  여 : 비슷해요.

  나 : 밤에는 주로 뭐하고 놀아?

  여 : 남자는 화투 치고, 여자는 원카드 하고...

  나 : 그런 거 하면 선생님들이 야단 안해?

  여 : 처음에는 야단쳐도 나중에는 "돈따먹기는 하지 마라"고 해요.

  나 : 장기자랑은 했니?

  여 : 네.

  나 : 근데, 수학여행 가면 선생님들이 자료집 만들어 주잖아. 너희도 받았니?

  여 : 네.

  나 : 자료집 받으면 좀 읽어보니?

  여 : 아뇨.

  나 : 왜 안읽어보는데?

  여 : 너무 재미없어서요.

  나 : 다른 아이들도 그래?

  여 : 네. 그냥 둘둘 말아서 치다가 던져놓는 애도 많아요.

  나 : 그래도 선생님들이 힘들게 만든거잖아.

  여 : 그냥 인터넷에서 복사한 거잖아요. 

  나 : 하긴 나도 그랬다.

  여 : 그리고 선생님들이 억지로 설명하니까 싫어요.

  나 : 그럼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여 : 안 만들면 제일 좋지요.

  나 : 그래도 수학여행 가는데 아무런 자료가 없으면 어떻게 해.

  여 : 그냥 이야기를 해주면 좋아요.

  나 : 그러니까 역사유적에 얽힌 이야기 같은거 말이지?

  여 : 네.

  나 : 그래 맞아. 나도 작년에 불국사 갈 때 불국사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해줬더니 아이들이 참 좋아했어.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자료집 안 만들면 좀 찝찝하거든. 네가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고 싶어?

  여 : 좀전에 말했던 재미난 이야기를 모아서 만들구요.

  나 : 그러면 읽을까?

  여 : 그럴걸요. 읽지 마라고 해도 볼걸요.

  나 : 그럼 우리 학교에서는 그렇게 한 번 만들어볼까?

  여 : 너무 이야기만 있으면 그러니까 유물에 관한 건 짤막하게 뒤에다가 넣으면 좋겠네요.

  나 : 그래 좋다. 이번에는 네 아이디어로 만들어봐야겠다.

 

  해마다 가는 수학여행,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눈높이가 많이 다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비슷해질까? 아이들과 나눈 대화를 다시 읽으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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