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4월 27일 - 중간고사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5:01

4월 27일

중간고사

 

  2교시 수학시험이 끝난 뒤 가연이가 휴대폰을 들고 달려왔다.

  "선생님, 시험 잘 치라고 엄마가 문자 보냈어요."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와 있었다. 

  '가연아 시험 잘 쳐 화이팅!'

  은서도 엄마한테 같은 내용으로 문자를 받았다며 자랑했다. 가연이와 은서는 엄마가 보낸 문자를 받고 힘을 많이 얻었을 것 같다.

  이런 문자를 보니 오늘이 중간고사 시험날이라는 게 실감났다. 부모님들은 대부분 자식이 시험을 본다고 하면 이렇게 문자를 넣어서 힘도 불어넣어주고 또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을 북돋워주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니 시험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공부하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 딱지치기, 살구받기, 만화보기, 스티커 붙이기에 빠져 있었다.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은 딱 두 명 밖에 없었다. 아마 부모님들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실망이 컸을 것 같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보면 다르다. 머릿속은 온통 시험 걱정이었다. 생각주머니에 쓴 글 가운데 몇 편 골랐다.


  아침에 집에서 옷을 입고 있을 때 엄마가 "예진아, 시험 잘 쳐야 해."라고 말했다. 꼭 시험을 잘 쳐야겠다. 내가 백점을 맞으면 엄마가 기뻐할 것 같기 때문이다. (문예진)


  내일이 시험이다. 너무나 떨린다. 나는 사회를 못하는데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권구완)


  새벽 5시 49분에 일어나 "아흠~"하며 세수하고 시험공부를 했더니 할아버지가 "머리 아프겠다. 고마 해라. 일찍 일어났네." 하며 웃으셨다. 좀 쉬었더니 여섯 시가 되었다. (김태현)


  예진이처럼 시험을 쳐서 백 점을 받고 싶은 마음, 구완이처럼 시험이 다가오면 두근거리는 마음이 곧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태현이는 잠을 이겨내고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를 했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학교에 와서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시험 걱정을 하고 있다는 걸 글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이제 중간고사도 모두 끝났다. 지금까지 공부한다고 고생 많이 했으니 오늘은 푹 쉬면 좋겠다. 또 시험 점수에 만족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잘 나온 사람은 다음에도 잘 받도록 노력하고, 못 나온 사람은 다음에는 잘 나오도록 힘쓰면 좋겠다.

  끝으로 혜민이가 쓴 글을 소개한다. 혜민이 말처럼 시험이 맛있는 음식이면 참 좋을 것 같다.


 4월 26일 흐리다


  내일은

  시험을 친다.

  국수사과를 친다고 하니까

  애들이

  국수

  사과

  맛있겠다

  이렇게 말하였다.

  나와 친구들,

  선생님도 웃었다. (이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