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딱지치기
보름 전까지만 해도 팽이치기가 유행하더니 이제는 딱지치기에 마음을 빼앗긴 친구들이 많다. 특히 남학생들이 딱지치기에 관심이 많은데 아침 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틈만 나면 온 교실이 딱딱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가야문화축제를 보고 와서 점심을 먹으며 시현이와 요즘 유행하는 딱지치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현이는 며칠 전 공부 시간에 딱지를 만지고 있다가 모두 빼앗겼는데 오늘 되돌려 받아서 기분이 아주 좋다. 얼마나 아끼는 딱지였는지 급식소 올 때도 주머니에 넣어 왔다.
시현이가 가지고 있는 딱지를 보니 작고 둥근 '썬딱지', 작고 네모난 '칸딱지', 크고 둥근 '왕딱지' 그리고 고무로 만든 '돌딱지' 이렇게 종류도 여러 가지다. '썬딱지'와 '칸딱지'는 300원 주면 일곱 장 살 수 있고, '왕딱지'는 한 장에 400원이나 한다고 한다.
시현이 말로는 우리 반에서 딱지를 가장 치는 친구가 찬기라고 한다. 찬기는 팽이치기도 잘 하던데 여러 가지 놀이를 참 잘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학생 가운데서는 수지가 가장 잘 한단다. 수지가 남자들과 맞짱도 뜨긴 하지만 아직은 실력이 조금 모자란다고 귀띔했다. 그건 옆에 있던 수지도 인정했다.
시현이 이야기를 들으니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물론 나도 딱지치기를 아주 좋아했다. 한겨울에는 손등이 갈라져서 피가 뚝뚝 흐를 때까지 흙바닥에서 딱지를 치곤했다.
내가 치던 딱지는 여름 딱지와 겨울 딱지 이렇게 크게 두 종류가 있었다. 여름에는 문방구에서 파는 둥근 딱지를 많이 쳤다. 시현이가 말한 '썬딱지'와 크기가 비슷한데 도화지 두께 종이판에 '로보트태권브이'나 '독수리5형제' 같은 만화캐릭터 그림이 있는 딱지였다. 바닥에 놓고 쳐서 넘기기도 하고 손에 쥐기를 하여 숫자가 크거나 별이 많으면 이기는 방식으로 따먹기를 했다.
겨울에는 공책 표지처럼 두꺼운 종이를 접어서 만든 딱지를 가지고 놀았다. 지난 3월 초 미술 시간에 접어서 꾸몄던 딱지와 같다. 지금은 여러 가지 종이로 색깔이 예쁜 딱지도 만들지만 예전에는 종이가 많이 없어서 주로 공책 표지나 스케치북 표지로 만들었다. 종이가 없을 때면 중학교 다니는 누나들이 쓰는 멀쩡한 공책을 찢어서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회과부도 같은 책을 찢어서 만들다가 집에서 쫓겨나곤 했다.
시현이와 딱지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딱지에 대해서 모르던 것도 알게 됐고, 또 옛날 생각도 해 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시간만 많으면 내 딱지치기 실력도 보여주고 싶은데 학교에서는 그럴 시간이 많이 없는 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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