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5월 31일 - 학습일기 시상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5:38

 

5월 31일

학습일기 시상


  아침 조회 시간에 지난 오월 한 달 동안 학습일기를 잘 쓴 아이들에게 상을 준다고 했다. 정말 열심히 쓴 아이들이 몇 명 되는데 우리 반에는 누구 이름을 부를지 궁금했다. 아이들도 관심을 갖고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교무 선생님이 수상자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먼저 3학년 1반 아이 이름을 한 명 불렀다. 다음은 우리 반이다. 누굴까? 살짝 긴장이 됐다.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부르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우리 반을 건너뛰고 바로 3학년 3반 아이 이름을 불렀다. 우리 반은 없다는 뜻이었다. 설마 없을까 싶어서 기다려도 교무선생님 입에서 더 이상 3학년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과 나 모두 멍한 눈으로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텔레비전에는 수상자들이 상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떠들기 좋아하던 아이들이 가만히 입다물고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부지런히 썼던 아이도, 쓰지 않았던 아이도 우리 반 아이 이름이 없는 게 섭섭한 모양이었다.

  "선생님, 오늘은 어디까지 공부한 거에요?"

  쉬는 시간마다 예습, 복습 자료를 들고 와서 학습일기에 쓸 내용을 물었던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방금 공부한 것도 모르나? 니가 찾아서 써야지 묻긴 왜 묻노?"

  나올 때마다 이렇게 핀잔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물어보던 가연이, 미경이, 용은이, 현수, 수인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연이는 그렇게 쓴 내용이 공책 한 권이 다 됐다. 재미있는 일도 아닐텐데 밤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갔을 가연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선생님, 저 어제 이만큼 썼어요. 저 잘 했지요? 헤헤."

  아침이면 어김없이 내 책상에 와서 학습일기 공책을 펴 보이던 가연이의 밝은 미소를 보니 왠지 괜히 내가 미안했다.

  "얘들아, 학습일기 상 못 받았다고 너무 섭섭해 하지 마. 교장선생님도 써오는 아이들 모두에게 상을 주고 싶으셨을 거야. 하지만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심사하시니까 다음에는 받을 수 있도록 더 잘해서 받도록 하자. 그리고 학습일기는 복습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하는 거지 상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 상 못 받아도 복습하는 습관만 기른다면 그게 더 큰 상이라고 생각해. 6월에도 열심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