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4월 12일 - 달 관측회

늙은어린왕자 2011. 4. 14. 19:18

 

4월 12일 화요일 맑음
달 관측회

 

  “선생님, 저녁에 뵐께요.”
  방과 후에 집으로 가던 아이들이 엉뚱한(?) 인사를 한 오늘은 저녁에 달 관측회가 있는 날이었다. 4~5학년 아이들이 참여하는 오늘 행사에 우리 반에서는 시현이, 성윤이를 비롯해 여덟 명이 오겠다고 했다.
  저녁 7시가 되자 집으로 갔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곧 과학실에는 아이들과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준비한 선생님들로 가득 찼다. 50명은 족히 넘어보였다.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할 때도 됐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고질병일까. 한 시간 동안 달 이야기, 달 지형, 달 그림, 달 여행을 주제로 더듬더듬 준비한 것을 설명했다. 아이들은 여느 수업 시간 때 보다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이어서 운동장에 천체망원경 두 대로 달을 관찰했다.
  “티코가 어디 있어요?”
  “달이 진짜 울퉁불퉁하네.”
  “달 표면이 꼭 곰보같아요.”
  아이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으며 달을 관찰했다. 방사능비를 뿌렸던 구름도 물러가고, 하늘을 누렇게 물들이던 황사도 없는 맑은 밤하늘에 둥실 떠 있는 달이 눈부셨다. 함께 참여했던 부모님들도 아이들 못지않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벌거벗은 우주의 모습을 관찰했다.

 

  크레이터가 많았던 달 관찰

  망원경으로 달의 표면을 보았다. 티코는 보이지 않았고 다른 크레이터 보다 조금 큰 게 있었다. 그게 플라토라고 했다.
  달은 곰보투성이였다. 누구에게 맞은 거 같다. 지구도 운석을 많이 맞았는데 달과는 전혀 다르게 자국이 없다. 왜 그럴까? 그리고 ‘고요의 바다’, ‘비의 바다’, ‘폭풍의 대양’에 물 한 방울도 없는데 바다라는 게 이상하다. 이름도 특이하다.
  달은 아주 딱딱해 보이는 세상에서 큰 바위 같은데 흙이 있을까? 시멘트처럼 딱딱할까? 나는 이것이 궁금하다. (박시현)

 

  곰보투성이 달 관찰

  오늘 학교 과학실에서 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영상을 보았다. 달은 크레이터, 바다 때문에 곰보 같았다.
  바다 중에서 고요의 바다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고요의 바다에 아폴로 11호가 착륙했고, 거기에 운하가 파져있는 걸로 논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논쟁은 결국 외계인이 파 놓은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달의 지명은 위인들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위인이 없어서 아쉬웠다. 술의 바다는 이름이 좀 웃겼다.
  망원경으로 봤을 때 달은 정말 울퉁불퉁하고 거칠었다. 망원경으로 보니 평소와 아주 달랐다. (정성윤)

 

  근사한 달 관찰

  달의 지명에는 티코, 그리말디, 습기의 바다, 구름의 바다, 지식의 바다, 케플러, 코페르니쿠스, 폭풍의 대양, 비의 바다, 플라토, 코카서스 산맥, 증기의 바다, 맑음의 바다, 고요의 바다, 위난의 바다, 술의 바다, 풍요의 바다가 있다.
  달 그림 모양이 꼭 토끼와 게를 닮았다.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보니까 진짜 근사하였다. 다음에도 또 보고 싶다. 천문대에 가면 또 볼 것이다. (제현수)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을 딴 달 관찰

  달에는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등 여러 수십 개의 유명한 과학자들의 이름을 딴 지명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달이 평평할 줄 알았는데 깊은 구멍도 있었다. 달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 달 구멍을 연결해보면 꽃게, 토끼, 예쁜 여인, 용 등이 있었다. 달에 대해 알아보니 참 재미있었다. (강민서)

 

  신비롭고 신기한 달 관찰

  달의 모양은 꼭 토끼 같기도 하고 마녀, 꽃게, 용 등의 모양이 있었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였다.
  제일 멋있는 것은 티코란 크레이터(운석구덩이)였다. 그 모양은 다른 크레이터보다 더 깊고 더 색깔이 진했다. 그리고 색깔이 노래서 정말 이쁘고 꼭 계란 노란자 반쪽인 것 같았다. 나는 왠지 크레이터가 얕아 보였는데 선생님께서 깊이가 엄청나게 깊다고 하셨다. 달을 볼 때 내가 꼭 달에 가는 것 같았다. (손미경)

 

  재미있는 달 그림

  오늘 달을 보았는데 울퉁불퉁한 표면이 있었고 푹 파인 곳도 있었다. 고요의 바다는 토끼의 얼굴이 되고, 풍요의 바다와 술의 바다는 토끼의 귀가 되었다. 토끼의 몸쪽에는 맑음의 바다가 있었다. 풍요의 바다와 술의 바다는 게의 집게가 되기도 하였다. 티코는 꼭 용의 여의주와 닮았다.
  내가 그린 그림은 토끼이다. 토끼가 지금 열심히 방아를 찧고 있다. 나도 토끼랑 같이 방아를 찧고 싶다. (장희지)

 

  달의 신기한 모양들

  달에는 내가 몰랐던 숨어 있는 모양이 있었다. 토끼, 게, 용, 사람이 달에 숨어있는지 몰랐다.
  나는 플라토가 제일 예쁘고 신기하였다. 플라토는 용암 때문에 매끈해졌다고 했다.
  컴퓨터에서 입체로 사람을 착륙시켜 진짜 우주에 있는 달에 온 것 같았다. 다음에도 달을 한 번 더 보고 싶다. (최성정)

 

[덧붙임]

  천체관측을 취미로 둔 나는 시간이 되는 대로 아이들과 함께 우주의 신비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담임을 하면 일 년에 몇 번은 학급관측회를 잡아서 밤하늘을 관찰하며 아이들에게 소중한 체험 시간을 갖도록 한다.
  구봉초등학교에 와서도 이런 시간을 계획을 세우긴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 맡았던 3학년 아이들과 대성동고분에서 딱 한 번 ‘번개모임’을 가졌을 뿐 달리 시간을 내지 못했다. 이 학교에 와서 지낸 지난 2년 동안 유달리 바빴던 탓이다.
  다행히 올 해는 학교생활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별 나들이를 어떻게 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보다 많은 아이들을 참여시켜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더욱이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이 되는 행사라면 힘껏 밀어주겠다는 약속도 해주셨다. 그래서 오늘처럼 행사를 크게 열게 되었다. 


  다음 관측회 일정은 다음과 같다. 

  *5월 11일(수) 봄철 별자리 및 토성 관측
  *9월 27일(화) 태양 흑점 관측 (낮에 봄)
  *11월 1일(화) 가을철 별자리 및 목성 관측

  ※행사하는 날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행사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