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5월 3일 - 재난 안전 학예행사

늙은어린왕자 2011. 5. 4. 20:40

5월 3일 화요일 옅은 황사
재난 안전 학예행사

 

  지진이나 쓰나미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재난 대응 훈련이라고 해봐야 화재에 대비하는 소방훈련이 전부였다. 그것도 학생들을 운동장 가장자리에 모아놓고 소방차 불러서 불 끄는 시범을 보이거나 가짜 환자를 병원으로 싣고 가는 연습만 끝나면 훈련이 끝나곤 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은 직접 피해를 당한 일본뿐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올 해부터 전국의 학교에서 실제와 가깝게 재난대응 훈련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우리 학교에서는 이틀 동안 행사를 여는데 오늘은 학예행사를 열어 재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내일은 대피훈련을 하게 된다.
  학예행사 덕분에 오늘은 과학 수업만 두 시간 하고 나머지 시간을 모두 포스터와 만화그리기를 하면서 보냈다. 어제 포스터 그리는 방법을 자세히 안내한 게 도움이 됐을까? 아이들이 그린 작품을 보니 한 명 빼놓고 모두 포스터를 그렸다.
  오후에 학년 선생님들과 심사를 하고 1층 복도에 전시할 작품을 골랐더니 우리 반에서는 진하가 그린 작품이 뽑혀 올라갔다. 쓰나미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내용으로 그림도 깔끔하게 잘 그렸다. 혜민이와 현정이 작품은 전시는 안 됐지만 상은 받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도 비록 상은 못 받아도 그림을 열심히 잘 그렸다. 여기서는 상 받은 작품만 세 개 소개하고 나머지 작품은 미술관 게시판에 올려둔다.

 

[덧붙임]
  포스터는 무엇을 알리는 내용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그래서 한 눈에 봐도 무엇을 이야기하는 지 뚜렷하게 나타내는 게 좋다. 그림은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단순하고 알기 쉽게 나타내야 하고 글자도 그림에 맞는 내용으로 글자 수를 조정하여 눈에 띄게 배치해야 한다.
  오늘 그린 작품들을 살펴보니 연필로 그려온 밑그림은 대체로 괜찮았다. 주제에 맞게 내용을 잘 간추려 넣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색칠이 문제였다. 포스터를 색칠할 때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포스터칼라를 써야 하는데 쓰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다.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파스텔은 색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포스터는 무엇을 알리는 그림인데 색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포스터칼라는 탁하지만 색이 선명하고 진해서 눈에 잘 들어오므로 포스터 그리기에 아주 좋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글자다. 우선 글자 수가 많으면 마치 책을 읽듯 오래 머물면서 읽어야 하므로 한 눈에 내용을 전달하는 포스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10~15글자 안팎으로 글자 수를 줄여서 넣어주는 게 좋다.
  글자 내용과 수가 정해지면 화면에 배치해야 하는데 눈에 띄는 위치에 넣어주어야 한다. 그림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가리지 않도록 하고 글자가 종이 가장자리에 붙지 않게 여백을 두어서 넣도록 한다. 글자 수가 많을 때는 두 줄로 나누어 넣어주는 게 좋다. 글자를 두 줄로 나누어 넣을 때 때때로 화면 맨 위에 한 줄, 맨 아래에 한 줄로 나누어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내용이 흩어져서 전달하는 힘이 떨어지므로 한 곳에 모아 넣도록 한다.
  나는 중학교 때 미술부를 하면서 포스터 종목으로 학교 대표로 시 대회에 나가곤 했다. 세월은 많이 지났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포스터는 그리는 방법은 크게 변함이 없기 때문에 예전에 배웠던 경험을 되살려 써보았다. 앞으로도 학예행사가 여러 번 있을 예정인데 포스터를 그릴 때는 위에서 설명한 점만 잘 지켜도 누구나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