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2012년 2월 6일 - 돌아온 동협이

늙은어린왕자 2012. 2. 16. 18:35

2월 6일 월요일 구름 조금
돌아온 동협이

 

  지난 9월에 의령으로 전학 갔던 동협이가 다시 돌아왔다. 아버지 말로는 6학년 졸업할 때까지 있을 거라고 한다. 한 학기 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동협이는 마치 어제 갔다가 오늘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교실로 들어섰다.
  개학식 마치고 서먹한 교실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동협이를 불러냈다.
  “전학 온 학생 소개하겠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장면이 벌어졌다는 표정으로 동협이를 쳐다보았다. 나는 TV에 동협이가 3월에 찍었던 사진을 한 장 띄웠다.
  “우와! 전학 온 아이랑 진짜 많이 닮았네요?”
  “진짜! 똑같다.”
  아이들이 농담을 던지자 동협이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부끄러워했다.
  “의령에는 망개떡과 한우가 유명하지요? 동협이가 한우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볼이 볼록해져 왔네요.”
  내 말에 동협이는 더욱 얼굴을 붉혔다. 정말 동협이는 그 때 보다 볼 살이 포동포동하게 붙었다.
  “동협이는 전학 갔다가 다시 전학 온 거지요? 원래 전학 오면 여러 반 가운데 가장 숫자가 적은 반으로 가야 해요. 그런데 우리 반이 27명이고 2반은 26명이라서 사실은 동협이가 2반에 가야되는데 우리 반 여학생이 강력하게 원해서 우리 반으로 오게 된 거예요.”
  여학생들은 아니라며 비명을 질러댔다.
  “지금 비명 지른 사람들이 특히 원했다지요?”
  그러자 여학생들이 한꺼번에 입을 다물었다.
  “진하가 원했던 거 아닐까요?”
  짓궂은 남학생 한 명이 이렇게 말하자 진하도 얼굴이 붉어졌다. 동협이와 진하는 1학기 때 사귀던 사이였다.
  동협이는 아이들로부터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고서야 자리로 들어갔다. 다시 돌아온 동협이 때문에 서먹하던 교실 분위기가 금방 부드러워졌다.
  개학날이니 만큼 아이들은 가져온 방학과제를 책상 위에 늘어놓고 전시회를 가졌다. 희지가 가져온 과제물이 다른 아이들이 가져온 것을 모두 합친 것만큼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