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4 교실일기

3월 5일 - 쌍둥이 구분하기

늙은어린왕자 2014. 9. 23. 17:44

쌍둥이 구분하기

 

 

"선생님 제 번호가 몇 번이에요?"
아침시간, 경수와 경호가 헐레벌떡 교실에 들어서며 묻는다.
"누가 물었지? 경수니 경호니?"
"경호요."

며칠을 봐도 쌍둥이 형제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닮았다. 번호표에는 경수가 27번, 경호가 28번이다.

"경호는 28번이잖아."

두 형제는 내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복도로 나가더니 잠시 뒤 찾았다고 소리친다. 신발장에 신을 넣으려고 했는데 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교실로 들어오는 두 형제를 불렀다. 유심히 살펴보니 특징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흠, 그냥 봐서는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는걸?"

다시 두 형제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는데 본희가 다가온다.

"본희야, 넌 경수와 경호를 구분할 수 있니?"
"네. 보면 알아요."
"그래? 어떻게 구분하는지 말해줄래?"

본희는 둘의 얼굴을 힐끗 살피더니 경호가 눈이 크다고 한다.

"그래? 어디 보자."

내가 얼굴을 살펴보려고 하자 경수와 경호가 눈 알이 튀어나올 만큼 눈을 크게 떠보인다.

"근데 내가 보기엔 둘이 똑같은 걸? 다른 건 없니?"

본희는 또 둘의 얼굴을 살피더니 경호는 쌍커플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경수와 경호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쌍커플을 만들어보인다. 하지만 쌍커플로도 구분이 어렵다. 아무래도 눈을 가지고는 구분이 힘들다.
"근데 말야. 내 생각엔 뭔가 확실히 구분되는 게 있을 텐데..."

본희가 더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경수와 경호가 나선다.
"이 빠진 곳이 달라요. 보세요."

둘이 입을 크게 벌리자 정말 윗니가 하나씩 빠져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빠진 위치가 똑같다.
"이상한데? 둘이 같은 곳에 이가 빠졌네? 근데 어떻게 다르다는 거지?"

둘은 서로를 힐끗 보더니 얼굴을 맞대고 손가락을 이 빠진 틈새로 넣어보인다.

"보세요. 이렇게 하면 다르잖아요. 아~"
"너희 둘이 마주봐서 그렇지 옆으로 서면 빠진 곳이 똑같아. 근데 아랫니가 조금 다르네? 한 사람은 왼쪽에 덮어씌운 게 있는데 한 사람은 없네?"
"맞아요. 씌운 게 있으면 경수고요 없으면 경호에요."

하지만 구분할 때마다 입을 벌리라고 할 수는 없지않은가? 이(치아)로도 둘을 구분하기는 힘들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경수와 경호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턱에 점이 있으면 경수고요, 없으면 경호에요."
"손에 점이 있으면 경호고요, 없으면 경호에요."
"얼굴 크기가 크면 경수고요, 작으면 경호에요."

둘이 숨이 헉헉거리도록 설명하지만 내 머리는 점점 복잡해지기만 한다. 경수와 경호는 더욱 열을 낸다.
"팔이 길면 경수고요, 짧으면 경호에요. 보세요."

경수가 팔소매를 걷고 팔을 뻗어보인다. 경호도 팔을 뻗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둘이 똑같다.

"선생님도 참! 이거 보세요. 본희하고 놀다가 생긴 상처에요. 상처가 있으면 저에요."

정말 뺨 한 곳에 손톱 길이만한 상처가 보인다.

"근데 니가 누구니? 상처는 좀 있다가 없어지잖아. 그럼 어떻게 구분해."

내 말에 둘은 똑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네요."

미궁에 빠지면 이런 기분일까? 아무래도 내 실력으로는 경수와 경호를 구분하기 힘들겠다. 휴~
(2014.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