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4 교실일기

3월 28일 - 평범한 사람

늙은어린왕자 2014. 9. 23. 17:47

평범한 사람

 


수업 시간에 교실을 둘러보는데 민재가 물었다.
"저 평범한 사람같아요?"
뜬금없이 이게 무슨 말일까.
"그럼 평범하지. 뭐 특별한 거라도 있니?"
민재를 아래 위로 훑어봐도 특별할 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민재는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저 평범한 사람 아니에요."
"왜?"
"저 무사관 다녀요."
민재는 느닷없이 윗옷을 들어보였다. 윗옷 속에 입은 티셔츠에 '무사관'이라는 마크가 찍혀있다. 무사관에서 무술을 배우니까 특별하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혼 좀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물었다. 
"무사관 다니는데 왜 평범하지 않다는 거지?"
민재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답했다.
"조금 있으면 검은띠 따거든요."
민재한테 검은 띠는 특별한 사람을 뜻하는 말인가 보다.
"아, 그렇구나. 좋겠는걸?"
민재는 멋쩍은 얼굴로 웃었다. 노력해서 검은 띠를 땄다면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 아까부터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던 서진이가 끼어들었다.
"나는 태권도 다녀요."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이렇게 말하면 뭐라 답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서진이는 더 할 말이 없는지 씩 웃었다. 마치 '전 아직 평범한 사람이에요.' 하듯 말이다. 정말 그런가? (2013.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