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그레이의 초상화는 '거울'인 것 같습니다. 보통 거울은 겉모습을 비춰주지만 이 책에서 초상화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까요. 자신의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에서는 '그림'이라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져 있겠지요. 도리언그레이가 그림을 꼭꼭 숨겨놓은 것은 사실상 그것이 내면 속에 있는 것이라는 걸 나타내주는 장치이겠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초상화를 자신의 내면 속에 한 장 정도는 숨겨놓고 살지 않을까 싶은데,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제 초상화는 20대나 지금이나 거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발 좀 변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만 앞으로도 변할 가능성이 매우 적습니다. 설사 나쁘게 변한다 해도 겨우 입꼬리만 조금 올라갈 정도? 그 이상은 어려울 듯 싶습니다.
변하지 않는게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요즘 곰곰이 따져보는 도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이런 문제에 고민하게 된 건 예전에도 한 번 밝혔듯이 학교에 가면 점점 선배보다 후배교사들이 늘기 때문입니다. 마음 편히 따라도 되는 때는 지나고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변화에 대한 고민에 불을 당깁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해리가 '노년의 비극은 사람이 늙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겉은 늙었어도 마음은 여전히 젊다는 데 있지'라는 말을 합니다. 저에게 대입한다면 '겉은 늙어가도 마음은 여전히 어리다는 게 비극이지'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젊든 어리든 겉이 늙어가는 만큼 '성숙'해져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니 문제입니다. 겉과 속이 조화되어 아름다운 노년을 맞는 게 이 책이 저에게 던져준 과제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입 꼬리는 굳이 올릴 필요 없겠지요? (201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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